[루체른] 루체른, 엥겔베르그, 티틀리스와 빈필하모닉!
루체른에서 맞이한 첫 날.
오늘은 오전에 루체른 시내, 오후에는 티틀리스산을 오르고
저녁에는 한국에서부터 이미 예매를 해버린! 루체른 페스티벌을 가기로 한 날이다.
바쁜 하루가 되겠군!!
루체른 투어리스트 호텔(Tourist Hotel)에서 묵었다.
말은 호텔인데 오히려 취리히 유스호스텔보다 몇천원 싸고
이름만 호텔이지, 도미토리 형태라서 그냥 호스텔이라고 보시면 되겠다.
이건 호텔에서 창밖으로 본 경치, 루체른을 가로지르는 로이스강이 길하나를 사이에 두고 눈앞에서 흐르고 있다.
호텔 내부. 4인실인데 오늘은 두명만 있었음.
숙소에서 나와 루체른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요소인 카펠교로 걸어갔다.
Kapellbrücke
카펠교의 모습.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리라고 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강이 흐르는 방향에 수직으로 건너지 않고
일부러 길게 걸어가게 한건지, 다리가 강을 대각선방향으로 건넌다.
다리 가운데 솟아있는 건물은 "물의 탑"으로, 과거 감옥, 문서보관소, 보물창고 등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카펠교 근처에서 한 컷.
카펠교의 입구. 그 긴 난간을 빨갛고 노란 꽃들로 꾸며놓았다.
로이스 강변의 노천카페.
그리고 저 보도블럭, 캐리어 끌고 가기 엄청 짜증나게 해놨다.
역에서 호텔까지 20분거리인데도 도착하니 팔이 얼얼~~
카펠교를 뒤로 하고 역으로 가는 길,
눈앞에 들어온 피어발트슈테르호(Vierwaldstätter See)
간단히 루체른호라고도 한다.
그리고 역에 가는 길에 보았던 재밌던 장면.
백조가 사람을 삥뜯고 있었다-_-;;;
아줌마가 가방에 손을 넣자 백조 한마리가 오더니 저러고 기다리다가
가방에서 손이 나오자마자 부리로 콕! 낚아채더라ㅋㅋㅋ
옆에 사람들 다 웃고ㅋ
루체른호의 유람선 승선장.
루체른 시내구경은 카펠교와 로이스강을 보는걸로 갈음하고
티틀리스 산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루체른 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유레일 패스를 개시했다. 한달짜리니 10월 15일까지!!
티틀리스 산이 있는 엥겔베르그 역으로 가는 기차안.
구름이 낮게 깔려있다.
스위스의 마을.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들...
어쩜 저리 예쁜거지!!
스위스는 소들을 방목해서 키워서 얻은 우유로 만든 치즈가 유명하다더니ㅋ
저렇게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으며 노는 소들이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저 소들은 방목을 하기 때문에 주인이 쉽게 찾기 위해서
모든 소들이 목에 종을 매고 있었는데,
풀을 뜯을때마다 딸랑딸랑거려서 "어이쿠, 쟤들은 평생 딸랑소리만 듣다가 죽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좀 불쌍하긴 했다.
그래도 뭐, 우리나라 소들처럼 우사에 갇혀사는거보다는 낫겠지
Engelberg
그렇게 기차를 달려 도착한 천사의 도시, 엥겔베르그(Engelberg)
엥겔베르그에 도착하니 구름 사이로 간간히 햇살이 보인다.
사진은 엥겔베르그역.
역에서 바라본 마을.
가운데 큰 건물은 호텔
언덕마다 점점히 늘어져있는 나무들과 집들.
이미 좀 고지대에 올라와서인지 산의 윗부분은 구름에 덮혀있었다.
엥겔베르그는 이름처럼 천사의 도시답게
집들마다 천사문양이 문틀에 달려있었다.
(왜 안찍어놨을까...)
티틀리스산으로 가는 길,
정원이 예쁜 집이 있어 티틀리스 산과 함께 찍어봤지만,
구름때문에 산은 안나오고ㅠㅠ
산으로 가는 길, 또 만난 소들
작은 개울을 건너니, 주차장과 함께 티틀리스 산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나왔다.
The Titlis
티틀리스는 필라투스, 리기산과 함께 루체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대표적인 산이자
겨울에는 슬로프가 잘 구비되어 있어 매년 겨울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온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에도 (비록 9월이었지만) 주차장을 비롯해 많은 레포츠회사들의 광고판을 볼 수 있었다.
정상으로 올라갈 때 총 세 번의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가야한다.
첫 케이블카는 6인승, 두번째는 20인승정도?,
그리고 정상 전망대로 데려다주는 마지막 케이블카는 Titlis Rotair라고 해서
360도 회전하면서 올라가는 케이블카라고 했다.
사실 필라투스나 리기산 말고 티틀리스를 선택한 이유가 이 로테이어를 타보고 싶어서였다.
어떻게 빙빙 도는거지?? 라면서 기대를 했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내려다본 엥겔베르그 시내의 전경.
그런데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직원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
안개가 너무 짙게 껴서 도저히 주변을 분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날씨때문에 사람들이 오늘은 산을 오르지 않았나보다.
마지막 케이블카는 무려 80인승짜리 대형 케이블카였는데도,
정상에 올라갈 때까지 아~~무도 없었다.
이거 내가 스위스의 산을 올라가는건지,
절대반지 찾으러 모르도르 산을 올라가는건지-_-;;
주변에 아무것도 안보이고,
케이블카는 덜컹거리는데다가
앞, 뒤로 보이는 모든 케이블카, 스쳐지나가는 내려가는 케이블카엔 아무도 없지
이거 은근 공포스러웠다-ㅠㅠ
그렇게 중간 정류장에 도착해서 다음 케이블카를 기다려야 한다.
플랫폼에서 뻘짓도 한 번 해주고
마침내 도착한 정상!!
그러나ㅠㅠ
구름... 아... 구름......
구름이 잔뜩 끼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산 정상에는
단체관광온 중국인들만이 서로 사진찍고 눈밭에 뒹굴면서 소리지르고 있었다.
이 때부터 중국인들에 대한 인상이 안좋아지기 시작한다.
일단 올라왔으니,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보기로 한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잠깐 하늘이 보였다.
산위라 그런지 하늘이 순식간에 구름에 덮혔다가 갰다가,
하늘이 보여 카메라를 꺼낼라치면 또다시 구름 속에 들어가있게 되기도 하고...
정상에서 반대편 봉우리들을 찍으려는 순간 구름이 몰려온다.
마치 비행기에서 찍은 사진처럼 구름사진이 찍혔다.
내가 천국을 찍고 왔어!!
생각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이런 멋있는 광경을 보고왔다.
너무 춥기도 했고, 중국인도 시끄러웠고, 공연시간도 맞춰야 해서 일단 내려왔다.
전망대에서 올려다본 정상의 모습, 한 번 더.
사진 한 장 찍고,
그 시끄러운 중국인들이랑 같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어휴, 80인승 케이블카에 운전하는 사람 한명, 나 빼고 78명이 중국인인데 78명이 다 떠든다!!
뭐 이래...ㅠㅠ 유럽와서 처음으로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었던 날ㅠㅠ
(그것도 볼륨 최고치로)
다시 엥겔베르그로 가는 길.
그렇게 다시 루체른으로 돌아왔다.
KKL(Luzern Festival)
저녁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최대한 formal하게 입으려고,
이 음악회에 가기 위해서 일부러 준비한 면바지와 셔츠를 입으려 했는데,
기차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서 어쩔 수 없이 산에 올라갔던
청바지와 남방, 바람막이를 입고 음악회에 갔다.
우리나라에서처럼 복장에 대한 선입견이 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게 왠걸.
관객, 연주자, 직원을 통틀어 그 날 그 건물 안에
정장을 입지 않은 사람은 나 혼자였다-_-;;
적잖히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에이, 내가 여기서 제일 어리고, 동양인이니까 관광객인줄 알고 이해하겠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음악회가 열리는 KKL(루체른 문화센터)
1995년, 노후한 기존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다시 세운 건물로,
빛의 장인이라 불리는 장누벨(Jean Nouvel)의 작품이라고 한다.
시간의 여유가 있었더라면 좀 더 둘러볼 수 있었을텐데,
일단 앞의 연못과 건물을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사진도 흔들리고ㅠㅠ)
교환권을 티켓으로 바꾸고 입장한 콘서트홀.
저렇게 멀리 보이는 3층, 그것도 맨 코너 맨 뒤에서 두번째줄인데도 240CHF나 했다.(약 27만원)
이번 여행기간 중 가장 큰 지름!!
이렇게 큰 돈을 쓴 이유는
아르농크루(Nikolaus Harnoncourt)와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Vienna Philharmoniker), 그리고 랑랑(Lang Lang)의 조합!!
이런 조합은 적어도 내가 죽기전에는 다시 못 볼 드림팀이었다!!
아르농크루와 랑랑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과 7번교향곡이라니!!
연주를 시작하기 전
아 떨린다!! 어서 나에게 베토벤을 들려줘!!
카메라를 내려놓고, 세계적인 수준의 베토벤은 어떠한 것인지를 들어보기로 했다.
공연이 끝나고,
과연 빈필하모닉은 그동안 내가 보아왔던 여타의 오케스트라와는 차원이 달랐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를 모아 한 음 한 음마다 힘을 실어 내보내었고,
오케스트라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 지휘자의 의도대로 베토벤을 표현해내었다.
협연자 랑랑 역시 지휘자와 눈길을 주고받으며 오케스트라와 조화를 이루어 곡을 완성했다.
한시간여의 공연이 끝나고 여기저기서 기립박수가 쏟아져 나왔고,
관객들은 지휘자와 협연자를 네 번의 커튼콜 후에야 놓아주었다.
감동과 여운이 가시지 않은채 느지막히 공연장에서 나왔다.
연못 건너편에서 바라본 장누벨의 KKL
KKL도 루체른역 바로 옆에, 루체른호에 있어서
이렇게 집에 오는 길에 호수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9월 16일,
"신이 만든 작품"과 "인간이 만든 (최고의) 작품"을 하루만에 볼 수 있는,
내 생에 잊지 못할 하루가 되었다.
숙소에 돌아온 나는, 머리속으로 7번교향곡을 흥얼거리며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