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트라와 호까곶을 가기로 했다.

사실 신트라는 별로 중요한 곳이 아니다.

런던 근교의 윈저, 바르셀로나 근처의 몬세라트처럼 그 지역만의 지역색이 강하지도 않다.

하지만, 신트라를 가는 이유는 바로 호까곶으로 가기 위한 버스가 다니는 곳이기 때문이다.

 

리스본 시내의 호시우역에서 기차를 타고 신트라로 향한다.

 

신트라의 위치. 리스본 시내 중심가에서 기차를 타면 한시간이면 간다.

 

신트라에는 가장 유명한 두 유적이 있다.

하나는 무어인의 성터(Moorish Castle), 하나는 페나성(Pena Castle)이다.

일반적인 코스는 신트라-무어인의 성터-페나성-호까곶-까스까이스 이지만,

페나성은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곳이라 하고 이미지가 왠지 노이슈반슈타인성과 비슷할 것 같아서

합의하에 패스하기로 했다.

까스까이스는 저녁이나 되어서야 도착할 거 같은데다가

해수욕장을 10월달, 저녁에 가봐야 뭐하겠나 싶어서 안가기로 했다.

결국 우리의 코스는 신트라-무어인의 성터-호까곶...

 

먼저 신트라역에서 버스를 타고 무어성으로 간다.

 

Moorish Castle(무어인의 성터)

 

 

입장료를 내고 게이트로 들어가면 일단 산길이 나온다.

광교산 올라가는 느낌

 

 

 

계속해서 올라가면 신트라 시내와 멀리 대서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돌로 쌓아서 만든 성벽은 산정상에 있어 사방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입 좀 다물고 찍을걸

 

 

그냥 왠지 느낌이 만리장성의 축소판같았다.

 

 

성벽 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문 앞에서.

 

 

여기가 가장 높은 전망대.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왠 똥파리가 그리 많았는지-_-;;

 

"성터"라고 해서 역시나 성벽만이 남아있었다.

높은 곳에서 신트라 시내를 내려다보는 건 좋았지만 "겨우 이거?" 라는 생각도 솔직히 좀 들긴 했다.

 

무어성에서 내려와서는 신트라 시내로 다시 갔다.

다시 간 이유는, 호까곶을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도 있지만,

신트라의 특산물인 베개과자를 먹어보고도 싶었기 때문이다.

 

(출처 : http://www.cyworld.com/melancholy22/3474046)

사진을 미처 찍지 못해, 빌려온 사진.

여기가 유명한 트라베세이루를 파는 제과점 겸 카페.

 

 

 

(출처 : http://www.cyworld.com/melancholy22/3474046)

이게 트라베세이루.

(베개과자, 이것도 역시 빌려온 사진.)

베개 모양으로, 누네띠네처럼 얇은 여러겹으로 된 과자인데, 생각보다 폭신폭신하다.

설탕이 뒤범벅이라 좀 털어내고 먹으니 맛있다 :P

아메리카노와 잘 어울릴 듯...

 

과자를 맛있게 먹어준 후에 다시 신트라역으로 내려갔다. 

신트라역 근처에서 숙소주인아저씨가 추천한 중국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한시간 정도를 기다려 호까곶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간격이 80~100분이었던 듯. 하루에 8대 정도 다닌다)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 도착한 호까곶!!

 

Cabo da Roca(까보 다 호까, 호까곶)

 

 

 

호까곶은 유럽대륙의 최서단에 위치한다.

말 그대로 땅끝마을...

"이 곳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까몽이스의 시가 적힌 기념비가 있는 이 곳은

절벽으로 되어있어 더욱 멋있던 것 같다.

 

 

버스에서 내려 기념탑쪽으로 가는 길,

눈앞에 대서양이 펼쳐져있다.

 

 

가는 길에 한 컷.

날씨도 우릴 반기는 것 같다.

 

 

 

 

호까곶 주변의 모습.

 

 

히히

 

기념비를 뒤로 하면 저 멀리 등대가 보인다.

등대를 중심으로 관광안내소, 기념품점, 식당, 화장실 등이 있다.

관광안내소에서는 "유럽대륙의 서쪽 끝에 왔다"라는 걸 증명하는 증명서를 발급해준다고 한다.

누가 그걸 10유로나 내고 사나... 코웃음치며 패스~

 

 

이게 그 기념비.

 

 

반대쪽은 대략 이런 형태.

 

 

왼쪽 아래 있는 절벽 위에까지 갈 수 있다.

길이 좀 험하기는 하지만.

 

 

좀 멀리까지 와서도 사진찍어보고.

 

 

다시 기념비쪽으로 돌아온다.

이 곳에서 석양을 보는 것이 정말 아름답다고 하여,

애매한 시간에 까스까이스를 가는 걸 포기하고 석양을 기다리기로 한다.

아까 리스본에서 출발할 때, 마음에 들었던 예쁜 엽서를 8장인가 샀는데,

바람부는 호까곶 바위 위에 앉아서 (감상에 젖어...풉) 가족들과 여자친구, 그리고 "엽서보낼께!!" 했던 친구들에게

한장씩 엽서를 써내려갔다.

 

사진에는 동기형이 내 모습에 자극받아 기념품점에서 엽서를 사서

기념비에 쭈그려앉아 여자친구에게 엽서를 열심히 쓰고 있다.ㅋ

 

수평선 위로 해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 모습을 보려고 이 망망대해를 몇시간이고 바라보고 있었다.

 

해가 지기로 한 시간은 6시정도였으나 불행히도 버스가 오기로 한 시간이 5시50분인가 그랬던 것 같다.

"아, 몇시간을 기다린 장관이 지금 펼쳐지려고 하는데!!"라는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줌을 당겨 찍은 모습.

하필 석양이 지려는 타이밍에 구름이 가린다. 이 무슨....

 

그렇게 석양을 바라본 후에 버스를 타고 신트라로 돌아간다.

이 날은 좀 인상적인 하루다. 40분을 버스를 달려 신트라로 향하는데, 26년만에 처음으로 멀미를 했다.

오... 멀미... 기분 이상하다.

버스가 오르락내리락, 왼쪽 오른쪽, 덜컹덜컹

40분을 넘게 타니(그것도 역방향) 정말 속이 메스껍더라...

신트라에 내린 우리는 속을 쓸어내리며 곧바로 다시 리스본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기차에서 한시간동안 정신없이 곯아떨어진 후에 도착한 리스본에서 마지막으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리스본이 항구도시라서 예전부터 생선요리가 유명하다고, 대구나 연어같은 요리를 주로 하는 레스토랑이 많았지만,

첫 날 저녁 먹고는 손사래를 친 나는 그냥 스테이크를 먹기로 했다.

그리고 추천받은 포르투갈의 전통술인 진자(Ginja)를 한 잔씩 먹기로 했다.

 

(출처 : http://cafe.naver.com/firenze/415190)

 

차마 사진을 못찍었는데, 위 사진처럼 생긴 술이다.

체리를 이용한 술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복분자주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굉.장.히.달.다.

한모금 마시고 우웩.

계속 찔끔찔끔 마시다보니 괜찮긴 했는데

매우 달고 매우 독해서 저 조그마한 잔 하나를 먹었는데,

얼큰히 취하는 것 같더라.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는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기고 잠에 들었다.

내일은 일어나자마자 우체국에 가서 아까 썼던 엽서들을 부치고 바로 공항으로 간다.

마지막 도시 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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