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을 가기로 한 날,

지하철 Tottenham Court Road역에 내려 역시나 "길을 헤메다가"

간신히 박물관을 찾아서 들어갔다.

 

 

British Museum

 

 

박물관은 그리스 파르테논신전의 형태를 취해서

정면의 파사드를 구성하고 있었다.

페디먼트의 장식이나 주두의 모양까지도 세밀하게 참고하여 모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가방검사.

검사하는 흑형이 친절하게 웃어줘서 나도 씨~익 웃으며 내부로 들어갔다.

외관과는 정반대로 유리천창과 넓은 홀을 가진 로비가 나오자 약간 놀라웠다.

겉에서 본 모습과 완전히 다른 모습, 테이트모던에서 가졌던 충격 그 이상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로비를 둘러본 후 오디오가이드를 받아서 전시실로 들어갔다.

아, 그리고 대영박물관의 오디오가이드는 대한항공에서 후원해주고 있어서

한국어 안내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처음 마주한 곳은 이집트/아시리아 문명관이었던걸로 기억한다.

특히 이집트문명의 조각상들이 많이 있었다.

이 흉상도 이집트에서 가지고 왔는데 가슴에 저 구멍은 영국군이 동상을 옮기려고 뚫은 거란다.

아니, 지들 박물관에 가져다 놀건데 구멍을 왜 뚫는거니??

 

이집트에서 영물로 통하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는 고양이.

코에 금으로 된 코걸이를 한 고양이 상도 있었다.

 

 

 

이집트관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고,

대영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들 중에 박물관측에서 가장 신경쓴 게 바로 이것인 듯하다.

로제타 스톤.

이 돌이 역사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 비석에는 고대이집트의 상형문자와 그리스어, 그리고 다른 한 언어가 써있다.

그리스어가 해석가능했기 때문에 역사가들이 이 비석을 바탕으로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를 해독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상형문자를 해독할 수 없었다고 하니, 중요하긴 정말 중요한가보다.

 

 

이집트/아시리아와 그 외의 전시실을 지나니 중앙부에 커다랗게 그리스관이 나왔다.

그리스관은 그 실내 인테리어부터 다른 전시실과는 차별되게 구성하여

박물관측이 이 전시실을 얼마나 중요히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리스관의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던 신전 페디먼트의 조각상들.

페디먼트가 삼각형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이것들 역시 삼각형의 형태로

중앙에서 주변부로 갈수록 조각들의 키가 낮아지는 특징이 있었다.

 

 

그 조각상 중 하나인 목날아간 동상

이거 오디오가이드를 듣긴했는데 기억은 안난다-_-;;;;;

 

 

그 방을 나오니 다른 조각상들도 많이 전시가 되어있었는데

그 보존수준이 매우 양호한 조각들이었다.

이름모를 비너스

 

 

이 작품은 "목욕을 하다가 누군가 인기척이 나자 황급히 몸을 가리는" 동작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흠...흠.......

 

 

박물관 안을 돌아다니다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전시실(터키관, 독일관....)은 건너뛰고

한국관이 있다길래 무엇을 전시하고 있나 궁금해서 올라가보기로 했다.

 

한국관 내부. 청자 등 도자기와 옛날 우리나라의 전통풍습에 관련된 것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 눈에 띄었던 것.

 

책이 한 권 있었다.

흠, 이게 무슨 책이길래 이 먼 영국땅까지 와서 "한국"을 대표하는 책으로 소개된 것일까??

 

 

밑의 설명을 보았다.

"사람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민정음이 전시되어있었던 것이다.

 

그 외에 우리나라의 전통건축양식으로 지은 방도 설치가 되어있었는데,

한국인 건축가가 정기적으로 영국으로 와서 그 방의 보존상태를 점검하고 손질한다고 한다.

 

한국관은 이정도 보기로 하고,

 

내려가는 길에 보았던 미이라-;;

 

 

"돈"에 관련된 전시실이 있다고 하길래 가보았다.

최초의 동전, 지폐에서부터 현대의 신용카드에 이르기까지

화폐와 관련된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특히 내 눈을 잡아끈건,

 

 바로 이 돼지저금통ㅋ

귀여워!!!

 

 

그렇게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숙소에서 아침에 몰래 하나 싸서 들고나온) 샌드위치 하나를 벤치에 앉아 먹으면서 다리를 좀 쉬어줬다.

그러고는 박물관을 나왔더니 이런, 또 비가 내린다ㅠ

우산도 안가지고 나왔는데;;

일단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고 잠시 숙소에 들렀다.

 

 

숙소에서 비를 피하고나서 첫날 예약해둔 뮤지컬을 보기 위해 준비를 하고 나섰다.

또 길을 헤멜 것에 대비해 좀 일찍 나왔더니 한시간 가량의 시간이 남았다-_-;;

그래서 피카딜리서커스에서 극장 반대편으로 가보았다.

 

 

 

Regent Street

 

 

 리젠트 스트리트, 사실 이 거리는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우연히 들른 곳이라

사진도 없고, 자세히 둘러보지도 않았다.

다만 인상적인 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건물들이 길을 따라 곡선형으로 돌아가있다는 것.

이 점이 이 거리를 사진에 담았을 때 다른 도시들과는 다른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빨간 이층버스와 함께!!)

명품샵이 많은 거리이긴 했지만 그냥 그 분위기만 보고 나오려는 순간!

눈에 들어온 곳은 바로 애플샵!!

반가운 마음에 얼른 들어가 핸드폰을 켰더니

Wi-fi가 잡힌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신나게 이메일도 보내고 인터넷도 하면서

남는 시간 거기서 보내고난 후 뮤지컬 시간에 맞추어 다시 피카딜리서커스를 거쳐 뮤지컬 극장으로 갔다.

 

 

 

Her Majesty's Theatre

 

일곱시 반 공연이었지만 미리 가있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일곱시가 막 넘은 시각에

극장을 찾아갔는데 이미 극장 앞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사람들을 헤치고 입구에서 표를 보여주고 자리를 찾아 들어갔는데,

대~~박~~!!

완전 잘보이는 발코니 맨 앞줄!! 고개를 좀만 숙이면 오케스트라피트까지도 보였다!!

이런 좋은 자리에서, 오리지날 뮤지컬을, 그것도 그 유명한 오페라의 유령을!! 직접 볼 수 있다는게 너무 설레였다.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켜진다 "반짝"

"No Photo, Please"

......

 

"반짝"

"No Photo!! Please"

......

 

 

"반짝"

"No Photo!!"

 

 

관광객과 직원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

나도 처음엔 그 말을 못듣고 저 위의 사진을 찍다가 한 번 걸려서

무안해하면서 카메라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나서 이어진 공연,

(뮤지컬에서 중요한 소품인 샹들리에) 

 

 

역시 괜히 유명한 공연이 아닌가보다.

스토리는 알고 있어서 배우들이 아무리 영어로 얘기하더라도

다 못알아듣는건 아니었다.

어느정도 상황과 줄거리에 대한 이해는 있었지만,

놀라웠던건, 배우들의 연기력도, 가창력도,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아니었다.

 

난 그 무대장치의 다양한 효과에 푹 빠져있었다.

한 뮤지컬만을 위한 전용극장이라서 그런지

무대 자체를 극에 맞추어 치밀하게 계산하여 움직이도록 하고 있었다.

 

배우들이 바닥밑에서 튀어나오는가 하면,

어두운 동굴속이었던 무대가 갑자기 배가 다니는 개울이 되기도 하고,

유령의 은신처나 오페라극장의 무대를 보여주는 건 정말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언젠가 흘러가는 얘기로 "연극무대를 전공하는 사람들은 오페라의 유령을 런던에서 봐야한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내가 그 전공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런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그렇게 정신없이 빠져들어 보았던 공연도 아쉽게 배우들의 커튼콜을 끝으로 막이 내리고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나도 그들과 함께 나와 아쉬움을 달래며 사진을 찍었다.

인증샷!!

 

 

사람들이 가는 동안 얼른 "배우들이 드나드는" 옆문으로 가서

크리스틴!!이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조연이나 단역들만 퇴근하고 있었고

오래도록 크리스틴은 나오질 않았다.

날도 어둡고 쌀쌀하기도 해서 아쉽지만 그녀를 보지는 못할 것 같아...라고 생각하고 돌아오기로 했다.

(하늘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는 크리스틴의 코!!) 

 

오늘 공연을 보았던 Her Majesty's Theatre

 

 

그렇게 모든 일정(그래봤자 두군데지만;;)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스위스로 떠나는 날, 저녁에 짐을 싸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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